이상적인 합작투자 모델, 대한전선

기업개황 

시장환경

   베트남은 2001년 이후 연간 GDP 성장률 7~8%, 산업생산 증가율 14%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중국에 이어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요충지로 부상하면서 전력망과 통신망 등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전력현황

      자료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통계청

   2005년 베트남 인구 1인당 전력소비량 544kwh는 한국의 1976년 수준이며, 2020년 베트남 인구 1인당 추정 전력소비량 1,798kwh는 한국의 1988년 수준이다. 산업생산 증가율 14%와 전력소비 증가율 13%를 고려해 볼 때, 기초 소재 산업인 전선산업의 성장률은 연간 2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세라면 2005~2015년 10년간 전력수요는 2배의 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출과정 및 사업성과  

   대한전선은 베트남의 높은 잠재력을 인지하고 2002년부터 투자진출을 위한 조사를 시작했으나 마땅한 현지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베트남 최대 통신케이블 업체인 SACOM사와 2005년 11월 29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대한전선이 베트남에 진출한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을 꼽을 수 있는데, 첫째는 베트남 내수시장 진출 목적이다. 전선사업은 경제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프라로 고도 성장기에 진입한 베트남에서 매우 유망한 산업이라는 점이다. 둘째, 수출기지로서의 지리적 이점이다. 전선이 대량으로 필요한 중동, 아프리카로의 수출에 베트남이 한국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의 인적자원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우수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한전선은 이러한 투자동기를 가지고 2002년부터 사전조사에 착수했으나 현지 파트너 물색에 어려움을 겪다가 2005년 SACOM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데 성공한다. 2800만 달러의 자본금을 투입하여 설립된 TSC(Taihan Sacom Cable Company Ltd., 대한전선의 현지법인명)는 대한전선과 SACOM이 각각 70%,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치민시 인근 동나이 롱탄 산업단지 45,000평 부지에 공장을 설립한 후 2006년 11월부터 통신케이블 판매를 시작해 그해 바로 순이익을 냈으며, 2007년 7월부터는 전력케이블 생산을 시작했다.

TSC 매출액/순이익

(단위: US$)         

      자료원: TSC

성공요인

적격 합작파트너 발굴과 상호 신뢰관계 구축

   베트남에서 합작투자란 가능하면 기피하려고 하는 투자형태이다. 이는 파트너사의 재정능력 부족, 기업 경영방식 상이, 느린 의사결정 등에서 비롯되나 가장 큰 문제는 상호 신뢰관계 부족에 기인한다.

   대한전선과 SACOM은 서로 현금투자(대한전선 1960만 달러, SACOM 840만 달러)를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합작형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상 한국측은 현금, 베트남측은 토지를 현물 출자해 실질적으로 베트남측은 토지만을 제공하고 경영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SACOM은 현금투자를 함으로써 자금능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합작에 대한 진지성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대한전선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SACOM은 호치민주식시장 1호 상장기업으로 베트남 정부지분이 35%인 국영기업이다. SACOM의 내수시장 주 고객이 정부인만큼 베트남 정부와의 관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대한전선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TSC는 가장 이상적인 합작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사장은 대한전선, 부사장은 SACOM, 회계책임자는 SACOM, 부회계책임자는 대한전선이 맡음으로써 명확한 업무분장을 통한 협력 구조를 구축했으며, 합작계약서에 근거한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서로 간에 두터운 신뢰를 쌓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TSC에는 총 3명의 한국인만이 근무하며, 통상적으로 한국 투자기업에 있는 통역이 없다. 통역을 쓰면 오히려 의사소통이 왜곡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업무 관련 공용어는 영어를 쓰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유교문화의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일단 신뢰가 형성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믿고 따라가는 의리가 있다. 한국 주재원들이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베트남 문화를 존중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자 직원들도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회사 뜻에 따라줌으로써 TSC는 착공 4개월 만에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을 개시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사전준비는 철저히, 경영은 투명하게

   대한전선은 2002년 초부터 베트남의 발전상을 토대로 진출을 검토했고, 내수와 수출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초기부터 합작사 설립으로 방향을 잡았다. 타당성조사 및 적격 파트너 선정을 위해 4년이란 기간에 거쳐 철저히 준비한 결과, 합작파트너가 정해지자마자 빠른 속도로 베트남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TSC는 공장 건설 시 공사업체 선정을 공개입찰로 진행했고, 베트남에서 관행적으로 오고가는 뇌물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줘본 적이 없다. 이와 같은 투명경영, 정도경영은 합작파트너 간 신뢰를 구축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동시에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한 베트남 시장에서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숱한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성공할 수 있는 견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시사점

   대한전선은 처음부터 베트남 투자에 높은 관심이 있었으나, 결코 서둘러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원했던 적격 파트너를 찾은 후에도 파트너에 끌려가지 않았다.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시작된 관계는 베트남 업체와의 합작 시 보기 힘든 공동 현물출자를 이끌어 내는 등 신뢰의 기반이 되었다.

   베트남 투자법에 따르면 65%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최종 의사결정을 할 권한을 가지나, TSC의 하성임 법인장은 비록 대한전선이 대주주라 하더라도 서로 간에 합의되지 않은 사항은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합작투자의 경우 파트너 간 신뢰가 깨지면 성공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베트남 최대 국영케이블 회사인 SACOM사와의 합작투자에 성공적으로 안착함으로써 합작투자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바로 파트너 간의 신뢰임을 보여주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