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 이해하기

조명숙(국립호찌민대학교 교수)

1994년 호찌민국립 인문사회대에 한국학과가 개설되고 한국학 전공 신입생을 맞아 강의했던 적이 기억납니다.

오전 6시 30분 이른 시간에 시작한 1교시 수업에 교실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제가 도착하자 일제히 일어나 인사를 하고 앉으라고 할 때까지 서 있어 당황했었는데,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서자 또 다 같이 일어서서 인사를 했습니다.

물론 저는 어쩔 줄 몰라했지만 스승에 대한 예의를 이렇게 표하는 것을 보고 동방예의지국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베트남인은 학문과 예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옛날부터 베트남인이 중시하는 문구는 ‘먼저 예절을 익히고 그 후에 학문을 하라(先學禮,後學文)’입니다.

베트남에서 약 15년 가까이 한국어를 가르치며 느끼는 것은 농경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한국과 유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서구열강의 식민지였던 데서 비롯한 서양 문화가 자리 잡아 동·서양의 문화가 한 데 공존하는 것입니다.

남아선호 사상이 남아있는가 하면 더 오래전의 토템문화에서 이어진 여성숭배 사상도 있어 여성을 존중하고 귀히 여깁니다. 이곳이서는 특히 ‘여성의 날’을 매우 성대하게 치릅니다.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역사를 지나칠 수 없습니다. 베트남은 천년 이상 중국의 지배를 받아 수십 세기에 걸쳐 한자를 사용, 20세기까지도 과거시험이 이어졌으니 한자문화권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으며, 1세기에 걸친 프랑스의 식민지로서 영향으로 그 교육제도를 받아들여 현재까지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남부 지역은 프랑스 문화의 영향과 전통적 한자 문화의 바탕에 남부 특색의 소수민족 문화가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54개 소수민족으로 구성 된 베트남의 역사박물관에는 “모든 소수 민족이 모두 한 형제·자매”라는 호찌민 주석의 말이 소수민족 전시실에 크게 써 있습니다.

이는 소수민족의 전통적 가치를 인정·장려해 정책적으로 그들을 포용하려는 생각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항상 이 땅에 공존해 왔기 때문에 베트남인은 서로 다른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문화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베트남인은 전통적으로 유교사상을 가지고 있어 가족 간의 유대감이 특별하며, 그러면서도 남존여비사상을 갖기 보다는 가족 내 베트남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중대하고 오히려 여성들이 대인관계나 책임감 면에서 뛰어납니다. 그 예로 학교, 직장, 국회의 요직에 여성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제가 가르치는 한국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 바라보는 자신들의 국민적 성향은 무엇이며 한국인에 비해 차이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베트남인은 부지런하고 인내심 많고 어려움 잘 견디고 극복한다. △유교 사상에 의해 학문을 소중히 생각하고 배움에 대한 의욕이 높다. △타인에 대해 관용적이고 포용력이 강하다. △스승이나 어른을 공경한다. △애국심과 민족적 자부심이 대단하다. △공동체의식이 매우 강하고 개인보다 공동체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결속력이 뛰어나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일을 당연시 한다. 등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인과 비교해서는 △공공질서나 법 준수, 질서 의식이 낮고, 업무 처리 능력이나 업무 수행 속도가 느리다. △창의적이지 못하다. △지나치게 가족공동체 중심적이다. △자기가 맡은 업무를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책임감이 부족하다. △일을 성취하려는 열정이 부족하다.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책임을 다른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돌리고 변명과 핑계를 댄다. △남의 도움 받는 것을 당연시 한다. 등으로 베트남 학생들이 생각하는 바를 스스로 진단해 설문에 응답했습니다.

베트남 문화학자들의 의견도 베트남인은 근면하고 인내심이 많고, 부지런하면서도 느긋하고 선량하며 창조적인 능력보다는 모방을 잘 하고, 예의를 중시하면서도 풍자와 해학적이기도 하며,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모든 환경에 쉽게 적응, 화합하며 낙관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평가합니다.

베트남 학생들이 볼 때 한국인은 어떻게 비추어 지에 대해서는 주로 TV드라마를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게 되는데 식생활 면에서 일상음식의 종류가 많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낭비적이고, ‘기뻐도 술, 슬퍼도 술’인 음주문화를 꼬집었으며, 여성이 술 담배를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 젊은 여성들의 노출과 화장이 진하고, 한국 남성들은 명령조를 많이 사용해 목소리가 크고 화를 자주 낸다는 점을 지적한 점에서 학생들의 생각이 한국인에 비해 보수적이고 건전한 문화를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