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미국 사람은 좀 거만한 성격을 가졌고, 영국 사람은 까다로운 성격, 일본 사람은 가라앉는 성격이며, 한국 사람은 다혈질이며, 반면에 베트남 사람들은 낙천적인 성격이다."라고 말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람을 두고 다혈질이라는 말한다는 것은 종종 들은 적이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낙천적인 성격과 대비되어 다혈질이라는 말을 들으니 그 어감이 상당히 크게 다가왔다. 농담같은 말이면서도 뭔가 뼈가 있는 듯한 표현인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얘기를 들으며 6개월 정도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조심스럽게 속에 담아 놓았던 질문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요즘의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속마음-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일부 한국인의 좋지 않은 행동에 대한 얘기는 가끔 씩 들리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떠냐는 가벼운 질문에는 "좋다"라고 답을 하는 그들이지만 그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혹시나 했던 그 이유는 바로 한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베 수교이후 베트남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한국에 대한 감정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누는 것을 피하는 눈치이지만, 필자가 얘기를 나눠본 베트남 대학생은 미국이 베트남전의 주모자라고 말을 하면서도 한국보다는 미국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 베트남 학생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군은 "(미국이) 빌려 싸운군"이면서 전쟁중에 미군보다 더 좋지 않은 행동을 많이 했다는 것이고, 미국은 전쟁의 주모자이지만 전쟁중에 느낀 미군의 문화는 상당히 자유분방한 반면 한국군은 봉건적인 문화 때문인지 상당히 대하기가 어렵게 느껴졌다는 말을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다고 한다.
베트남의 젊은이들도 성장하면서 부모들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베트남 대학생들에게 만약에 외국인회사에 들어갈 기회가 있을 경우 미국회사와 한국회사중에 어느 회사를 선택하겠냐고 물으면 100% 미국회사를 택한다고 한다. 이유는 기업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비록 베트남도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동양 권의 나라이지만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아 권위적인 분위기의 한국회사 보다 미국회사가 일하기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한국기업에서 발생한 베트남 노동자에 대한 구타나 노사분규등이 신문이나 뉴스에 가끔 씩 보도되면서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흐려진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속에 담긴 불만은 비록 한국(외국)의 기업이지만 베트남에 와서 베트남 종업원을 데리고 일을 하는데, 베트남 사람들의 정서를 무시한 채 한국스타일의 업무방식만을 강요하여 때때로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베트남 노동자들의 납득할 수 없는 무책임한 근무태도 등의 이유로 해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성격이나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하기 때문으로 생각이 된다.
- 먼저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하지만 한국의 이미지가 모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요즘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무척 좋아한다. 베트남에도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베트남어로 번안된 한국 가요를 들을 수가 있다. 베트남의 TV에서는 종종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한국드라마 시리즈가 인기이다. 또한 한국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광고를 보며 화장품을 구입하고, 연예인들의 패션을 동경하고 따라한다. 한국의 팬시문구나 악세사리를 파는 전문점도 있다.
이렇게 한국의 문화를 접하면서 베트남 젊은이들은 한국의 정서와 베트남의 정서가 통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는 그들의 어른세대들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문화적인 이질감을 없앨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이다.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의 문화를 쉽게 받아 들이 듯이 베트남은 이문화에 대한 흡수력이 강하다. 그것이 지금껏 베트남을 지탱해 온 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지내면서도 지금 한국에서는 베트남 진출이 러쉬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베트남에 들어와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속마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베트남은 미국과 함께 지원했던 월남이 아니라 호치민이 이끌던 월맹에 의해 통일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베트남을 만만히 보고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베트남에 달려든다면 베트남은 한국에게 아직은 기회의 땅은 아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민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외침에 대항해 싸워오면서 민족의 단결력이 무척 강하다. 또한 중국, 프랑스, 미국등의 열강을 물리쳐 온 그들의 민족 자존심은 대단한다.
베트남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직 좀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고, 베트남 사람에 대해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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