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도 왕조시대부터 바둑을 즐겼다

 국민영웅 13C 쩐흥타오 장군 바둑전략 활용 몽골 물리쳐
명지대 대학원생 논문서 밝혀 현재 한국 지원으로 널리보급

 병법의 대가였던 성웅 이순신 장군은 바둑을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난중일기에 바둑에 관한 얘기가 종종 나온다.
"종일 가랑비가 오다. 우수사 충청수사 장흥부사 마량첨사가 와서 바둑을 두고 군사 일도 의논했다."
이순신 장군이 바둑에서 병법의 힌트를 얻어 전략에 활용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종종 바둑을 두며 전쟁으로 인한 상처의 아픔을 잊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베트남에도 충무공처럼 국민영웅으로 숭앙을 받는 장군이 있다. 13세기 몽골군과 싸워 이긴 쩐흥타오 장군이 그 주인공. 쩐흥타오는 쿠빌라이 칸이 이끄는 몽골의 대군을 세 번이나 물리쳐 세계전사에 이름을 남겼다.
선조대왕과 갈등을 빚은 이순신 장군과는 달리 베트남의 성웅 쩐흥타오는 왕과 백성들로부터 모두 존경을 받았던 것 같다. 쩐흥타오가 타계할 무렵 왕이 찾아와 몽골의 침입을 걱정하며 슬퍼했다고 한다.

그러자 쩐흥타오는 이렇게 말했다. "적이 질풍처럼 요란하게 진격해 오면 무찌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만일 적이 승리를 서둘지 않고 누에가 나뭇잎을 갉아먹듯 지구전으로 나오면 우리는 바둑에서처럼 뛰어난 장군과 적절하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 일화는 이번에 베트남 바둑의 역사와 실태 조사로 석사학위 논문을 쓴 명지대학교 대학원생 홍홍표 씨가 밝혀낸 내용이다.

베트남은 1990년대 초에 바둑이 보급되어 현재 5000 명 정도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베트남 바둑팬들은 현대에 와서 바둑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홍흥표 씨의 연구에 의하면 옛날 왕조시대에도 바둑이 두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춘향전"과 비슷한 "취교전"이라는 문학작품 등에 바둑이야기가 나온다.
 
14세기의 시에도 바둑이 언급되고 있다.최초로 베트남 바둑에 대해 학술적 연구를한 홍홍표 씨는 베트남과 한국의 역사가 너무 비슷한 것에 놀랐다고 한다. 한반도에 한사군이 설치될 무렵 베트남에도 3개군이 생겨 지배를 했고, 왕조시대를 거쳐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고 전쟁을 겪은 것 등이 유사하다. 어느 베트남 대사는 한국과 베트남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두 가지만 빼고 똑같다고 했단다. 한국이 조금 더 잘 사는 것과 한반도가 아직 통일이 되지 않은 것.
그런데 바둑에서는 큰 차이가 발생했다. 베트남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는 바람에 체스가 성행하게 됐고 바둑은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현재 베트남 바둑협회는 체스협회 산하에 있다. 베트남 바둑팬들은 바둑을 스포츠 내지 두뇌게임으로 인식하여 세계대회에서 메달권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처럼 바둑을 예술이나 예도로 보는 개념은 거의 없다.
유럽 바둑팬들과는 달리 베트남 팬들은 자신들의 바둑활동에 한국이 가장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에는 바둑강자인 김기영 씨가 바둑사범으로 활동하고 있고 한세실업 김동영 회장 등이 바둑행사에 협찬을 하고 있다.

이번에 논문을 쓴 홍홍표 씨도 베트남 바둑협회에 바둑판과 바둑돌 등을 보내주고 바둑대회에 협찬하는 등 베트남의 바둑보급에 노력해왔다. 베트남을 세계 바둑보급의 이상적인 모델로 만들어보려는 것이 홍홍표 씨의 꿈이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베트남인들이 바둑을 많이 두게 된다면 베트남은 장차 세계 바둑계의 판도에 영향을 주는 바둑강국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발췌: 국제신문  2010년 1월 9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