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해하기
베트남 시장 진출 시 기본 숙지 사항
윤성일 한국투자증권 신사업추진실 상무
연이은 베트남의 고도 성장세와 함께 올 초 WTO 가입이 확정되면서 현지 사업환경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KOTRA에서 밝힌 통계도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베트남의 외국인 투자는 신규투자가 78억달러로 2005년 18억달러와 비교할 때 무려 44.4%의 증가를 보였다. 한국은 지난 한 해 27억달러를 투자해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올해도 주위 분위기를 보면 최소한 이를 뛰어넘는 수치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사업을 한답시고 무작정 뛰어들면 큰 코 다치기 쉬운 게 베트남 시장이다.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하고 사회 문화나 관습에서 우리와는 다른 독특한 부분이 많다. 특히 자본주의화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다. 그동안 다양한 투자 아이템을 검토하고 실제 투자를 집행하면서 경험한 베트남 현지 시장 진출 유의사항을 정리해 봤다.
■ 1. 의사소통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오해 ■
베트남에서의 의사소통은 베트남어 통역, 한국어 통역 혹은 영어 통역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서로 생활하는 문화가 다르고, 정치경제적 배경이 다른 상태에서 양자 간 대화는 항상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법률전문가와 통역전문가들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데 반해 해외 진출 경험과 체계적인 사고가 부족한 개인 사업자들의 경우에는 사적인 대화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다가 사기를 당했느니 불합리한 취급을 당했느니 불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업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은 상호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반드시 점검하고 필요하면 문서로 남기도록 해야 한다.
■ 2. 역사적 자부심 배려 ■
베트남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한 나라라고 깔보면 대가는 매서울 것이다. 경제개발이 늦어 국민소득은 낮으나 중국,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들과 맞서 나라를 지켜낸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만큼 국민들도 자기 나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상대에게 피해를 받은 역사까지 대승적으로 받아들이는 아량(?)도 보인다.
간혹 월남전에 한국군이 참전했다는 사실에 대해 베트남인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하면 “이해한다. 당시 한국의 경제사정이 어려워 미국의 용병으로 참전한 것 아니겠느냐”며 “한국인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무시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업장에서 잘못한 현지 근로자에게 주의를 주는 경우에는 한 사람씩 불러서 주의를 주도록 해야 한다. 만일 여러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질책해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원한을 가질 수도 있다.
■ 3. 사업장 노무관리 ■
사업장에서 관리방식을 지나치게 온정적으로 운영할 경우 현지 직원들이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게 돼 생산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강압적으로 관리할 경우 베트남 현지 직원들에 대한 폭력, 협박, 희롱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과도한 친절, 혹은 강압적인 관리에 따르는 문제는 특히 3D 업종의 사업장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한국에서 관리자 파견 시 현지 노동법 외에 현지의 문화와 관습에 관한 안내교육이 필요하다.
베트남에서는 ‘절대로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자주 쓰인다. 해야 할 일에 관해선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4. 이중가격 문제 ■
2000년대 초까지도 베트남은 정부가 공원 입장료, 호텔 숙박료, 비행기 운임 등에 대해 외국인에게 차등가격을 적용했다.
베트남인들은 일반적으로 외국인에게 비싼 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현지에서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합리적인 구매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구매관리에 실패할 경우 사업비의 예기치 못한 상승으로 사업수지 예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외국인들이 일반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에도 흥정을 잘해서 상당히 많이 깎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비싸게 사는 일이 흔하다.
■ 5. 복잡한 인허가 과정 ■
베트남은 WTO 가입을 위해 지난해 국제 기준에 맞춰 새로운 법을 제정했다.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뉘어 있던 기업법도 통합됐고, 증권법도 새로 제정했다. 그러나 시행령과 규칙이 아직 미비하고 일선 공무원들도 그 내용을 숙지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에서 사업 인허가 신청 시 현장에서는 과거 관행과 비교하고 검토하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적인 여유와 인내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외국계 투자기업 설립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발 벗고 나서 진행이 빨리 진척되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규제가 시작되는 경향이 큰 데 반해 베트남에서는 기업 설립과정부터 너무 복잡하다. 그러나 막상 인허가를 받고 나면 사업 운영은 자유로운 경향이 있다.
■ 6. 인간관계 형성 ■
베트남도 전통적인 유교문화 영향으로 기관의 장이나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회의석상에서도 최고위직이 지명하기 전에는 하위자가 자신의 의견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고위층으로부터 사업 인허가 약속을 받아내고는 이를 마치 사업이 확정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무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고위층의 재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고위층과의 이야기는 ‘실무적으로 문제가 없을 경우에 승인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실무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 7. 시간관념 부족 ■
베트남인들은 예전 우리와 같이 시간관념이 많이 부족하다. 약속시간에 늦는 경우도 많고, 갑작스럽게 일정을 바꾸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정부 고위 관료와의 면담은 하루 전에도 확답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루에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기업방문 일정을 오전에 두 군데, 오후에 두 군데로 잡았다면 필경 오전에 한 곳, 오후에 한 곳밖에 방문하지 못할 것이다.
호찌민이나 하노이 같은 대도시는 요즘 교통난도 심해 약속시간 지키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수백만 대의 오토바이에 부쩍 늘어난 자동차까지 얽혀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우리 역시 약속시간에 늦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8. 선물을 주고받는 습관 ■
베트남 사람들은 서로 방문할 때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많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기업이나 기관을 방문할 경우 베트남 차나 농촌 풍경화 같은 기념품을 주고 베트남 현지 기관이나 기업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자체 제작한 기념품을 제공한다. 따라서 베트남 기업이나기관을 방문할 경우엔 비싸지 않더라도 자기 회사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무실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란 것이다. 때론 고가의 선물까지 오가는 경우도 있다. 최근 베트남 정부의 부패척결 의지가 강하므로 주변 여건과 상대방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자료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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