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 전야(TET TRUNG TU) 전야
 
추석이 가까워오면서 하노이의 거리는 점점 붉어져갔다. 가게마다 전통 중추절의 떡인 느엉떡, 재오떡을 빨갛게 포장하여 진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우리의 추석에 이걸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한다고 한다. 모양은 꽃, 잉어가 대부분인데, 잉어가 용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자녀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큰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가진다. 역시 우리의 부모님처럼 자녀에 대한 교육열을 엿볼 수 있는 면이었다. 나도 한 번 먹어봤지만, 강한 단맛 때문인지 입맛을 확 당기지 않았다. 하지만 명절에 가족과 함께 따뜻한 녹차와 같이 하면 별미일거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베트남의 추석은 한자에서 비롯된 베트남어로 TET TRUNG THU라고 하여 가을 중순이라는 뜻으로 가지고 있다. 이 날은 우리와 달리 보통 어린이 명절처럼 보낸다고 한다. 이런 전통은 20세기를 들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하는데, 아마 과거농업사회에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 밥을 챙겨 놓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고된 일과를 보내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음력 8월 15일, 이 날만은 아이들과 함께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특별한 음식을 하지 않고 바나나, 홍시, 찐쌀 등을 넣은 느엉떡과 재오떡을 준비하는 것이 외에는 어린이날처럼 보낸다.

지난 토요일 저녁 하숙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주인아주머니 말씀이 집 가까운 장난감 거리인 Hang Ma에 오늘 가면 정말 볼만하다고 꼭 가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서둘러 저녁을 먹은 뒤 나서는 데 아주머니께서 거기까지 데려다 주신다고 동행하셨다. 생각보다 가깝지 않는 거리를 아주머니께 손자 선물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얘기를 물으면서 걸었다. Hang Ma 거리는 보통 주말 저녁보다 오토바이로 가득했다. 장난감 거리를 들어서자 온통 장난감을 사러 나온 사람들과 아이들로 들뜬 축제 전날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아이들은 아빠의 어깨에 업혀 있거나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또래 아이들과 자기들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길가에 있는 전통 베트남 장난감을 찾아가며, 설명해 주셨다. 밀가루 반죽을 하여 모양을 낸 인형, 신문지로 만든 탈, 돌리면 딱딱거리는 장난감 등을 보시며 거리의 인파 속에 아주머니는 아이처럼 즐거워하셨다. 그리고 거리에는 빨간 등을 파는 가게가 이어져 있었는데, 주인아주머니에 말씀으론 내일은 아이들이 탈을 쓴 채 등을 들고 거리에 무리지어 다닌다고 하셨다. 하지만 정작 추석날은 하노이에 비가 많이 와서 결국 보지 못했다.
거리를 둘러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드는 마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석을 같이 할 수 없어 아쉬움과 함께 낯선 곳에서 맞는 명절에 대한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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