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재글은 연꽃마을 회원이신 베트맨님의 글입니다]
오늘로서 이 곳 호치민에 발을 들인지 2주째가 되었다.
지나고 보면 정말 빨리도 흘러간 시간들이지만 순간 순간은 정말
기나긴 시간이었다.
사람만나는 게 일이지만 알아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고 가끔씩 웃기만하는 바보
시간의 여백이 너무도 많아 담배만 늘었네.
몇일 후면 잠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운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는 생각 보다는 또다시 헤어질 것이 더욱 두렵기만 하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리운 얼굴들, 보고 또 보고,,,,
사진으로만 볼 수 밖에 없다.
그 얼굴, 그 손 한 번 꼭 잡고 싶다.
일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순간 떠오르는 가족들 생각에 눈물을 몰래 훔친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들곤 한다.
마누라, 두 아들
툭하면 면박주기에 아이들보다 뒷전이었던 마누라가 참 보고 싶다.
남편의 빈 공간을 무엇으로라도 채울 수가 있었으면 한다.
미안하고 보고싶다. 남편이 머래도 아직도 처음의 사랑이 식지 않고 애달픈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 것이다.
이제 겨우 다섯 살의 큰아들 민성이,
특히나 낯선 것을 싫어 해 떼를 쓰다 맞기도 많이 맞았지.
그러면서도 아빠를 너무 좋아했던 민성이.
민성이가 너무 너무 보고 싶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백번 천번을 말해도 그 그리움이 채워지질 않는구나.
전화를 받아도 거저 무뚝뚝한 녀석, 아빠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그런 녀석이 더욱 안스럽게 느껴진다.
몇일전 아빠 꿈을 꾸었다고, 아빠가 베트남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단다.
요즘도 전화통화하면 "아빠 공부 열심히 하세요"한다.
"그래 아빠 공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민성이도 선생님, 엄마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라"
잠시 귀국한 동안 민성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유캔도를 들고 장난하는 민성이의 지금 모습은 2주전 공항에서 보던 그 모습과 아직도 변함이 없구나.
"아빠 맛있는 베트남 쵸코렛 사와"
항상 웃는 모습과 애교로 아빠의 마음을 녹이던 둘째 부성이.
부성이의 귀여운 표정도 그대로이다.
부성이는 아기 때 부터 아빠 등에 잘 업혔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도 간간히 잠을 못이루고 거실로 몰래 나와 "아빠 잠이 안와"하며 내 곁에 앉았던 부성이. "아빠가 업어주께."
내 등 뒤에서 포근히 잠이 들던 부성이의 숨결이 느껴지질 않아 슬프다.
일주일 뒤 잠시의 해후, 그리고 또다시 긴 이별.
한번 놓쳐 버렸던 아빠의 손길을 녀석들이 또다시 놓아 줄 것 같지가 않다.
어떻게 다시 간다고 해야 할까?
주저앉아 버리지나 않을까. 뜨거운 눈물을 다 삼키지 못해 흘려 버릴 것이다. 그것이 정말 두렵구나.
호치민의 밤이 너무 짧다.
그리운 사람과 만나 만져도 보고, 장난도 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너무 짧다.
어서 빨리 그리운 사람곁으로 가야지.
잠못드는 밤에 넉두리 해 본다.
저는 늦게 결혼하여서 그런지 아직 자식은 없지만
당분간 베트남 일로 떨어질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됩니다.
무사히 일을 마치시고 고국에 돌아가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