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하노이에서 집을 구했습니다. ^^
집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더 좋은 가격에 좋은 집을 얻으신 고수분들도 많으실텐데 괜히 나서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되네요..
암튼
최근에 하노이에 집을 얻었습니다. 하노이에 집을 구하기 까지의 과정을 자랑겸 정보 공유겸 하자고 합니다. ^^
베트남 거주 4년차, 이 정도의 체류기간이면 베트남 달인이 되어 있을 법도 하지만, 하노이 외곽의 안락한 회사 기숙사에서만 생활 하다 보니, 정작 하노이 사정에는 너무 어두웠습니다. 게다가 하노이에 집을 구하는 것도 처음 이었습니다. 이번에 남편이 베트남으로 오랜 이산 가족 생활 쫑내고, 같이 살게 되는 것 까지는 좋은데, 하노이에다 집을 구할 생각을 하니 시작하기도 전에 머리가 지끈지끈 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하노이 집값이 장난이 아니라고도 하고, 베트남 집 주인들을 들어보지도 못한 신종 수법으로 세입자를 울먹인다고 하고, 계약할 때 까딱하면 사기를 당한다 고도 하고..여러가지 괴담에 집을 구하러 나가는 시간이 점점 늦춰 집니다.
신랑이 베트남으로 옮겨 오기로 한 날이 코 앞으로 다가 오면서, 더는 꾸물거릴 수가 없어서 한인잡지 첫 장에 나오는 부동산 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걸고 보니 한국 사장님이 하시는 부동산이더군요. 예산 500불에 집 구할 수 있냐고 여쭈니, 중화나 옵션이 있는 집은 힘들고, 외곽 쪽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집을 보러 가자고 합니다. 우선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없으니 참 좋더군요. 중개소에서 소개하는 집을 2군데 정도 가봤습니다. 집은 500 불 안쪽저쪽 이면 구할 수 있었으나, 옵션이 전혀 없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려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습니다. 안락(?)한 기숙사를 주 거주지로 하다 보니, 따로 장만한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집은 마음에 드는데, 에어컨도 하나 밖에 없고, 침대도 내가 사야 한대서 어쩔까 저쩔까 고민하고 있는데, 집 구한다는 소문이 나서, 직원이 자기친구가 있는 베트남 로컬 부동산 회사를 소개시켜 줍니다. 앳된 목소리의 여직원이 제 담당이었는데, 직접가서 보니, 이제 회사 생활 막 시작한 신참으로 참 여리고 참한 아가씨 였습니다. 영어를 한다고 하긴 하는데, 많이 약해서 꼭 전화로 나눈 내용을 다시 이메일로 확인 했습니다.
예산 500에 full option 으로 집을 구한다고 하니, 하루 정도 있다가 세 집 정도를 골라서 집을 보러 가자고 합니다. 담당 직원이 워낙 신참인지라, 집을 보러 갈때는 고참이 업무 교육도 시킬 겸 해서 같이 가더군요. ^^
첫째 집 : 미딩 송다 쪽. 방 2개, 화장실 1, 약 50m2, 6층, 채광 / 통풍 상태 양호, 내부 인테리어 잘 해 놓았더군요. 위치도 좋고 앞이 확 트여서 바람도 숭숭 잘 들어오고 아주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쬐그만 방 2개 짜리 집에 600을 달라고 합니다. 그전에 한국 사람이 살았는데, 그가격에 살았기 때문에 주인이 집값을 내릴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집은 좋은데, 가격만 좀 내려주면 좋겠다고 아쉬워 하면서 다른 집을 보러 갔습니다.
둘째 집 : 미딩 송다 쪽 방 2개 화장실 1, 약 40 m2. 2층, 나무마루 바닥. 가구/ 침대/ 가전 모두 새로 구비 하였고, 바닥은 나무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이 너무 좁고, 채광도 안 좋고, 하루종일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을 정도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집이라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가격은 550불
세째 집 : 션반동 있는 미딩 1 쪽에 있는 집. 방 3개, 화장실 3개, 133m2.
집 주인이 열쇠를 늦게 가지고 와서 부동산 회사 직원들과 한시간 이상 계단에 쭈그려 앉아 노가리 까면서 놀았습니다. 해가 어둑해지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부동산 회사 직원들이 오히려 안절 부절.. 나는 괜찮다.. 천천히 하자 오히려 다독이면서.. 여하간 오랜 기다림 끝에 내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아직 전기도 안 들어와서 어둑하고 ( 오후 6~7시경) 청소가 안되어 있는 상태라 많이 지저분 했지만, 잠깐 훑어 보니 아주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방3개 화장실 3개 인것은 기대도 못한 수확. 그리고 평수도 좀전에 봤던 집들에 비해서 2배는 더 넓고..
부엌/ 침대 1/ 옷장 1/ 에어컨 2 대 / 세탁기/ tv/ 선풍기 1 이 있는 상태 였습니다.
침대 1만 더 놔주면 계약 하겠다고 하니 , 부동산 회사 직원들이 더 놀랩니다. 집 본지 하루 만에 결정 내리는 사람, 특히아줌마는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특히나 제 담당 직원은 이 계약건이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맡은 건인데, 이게 덜컥 걸려 들어서 더 기뻐 하더군요 ^^
이메일로 영문/ 베트남어 이중 언어 계약서 주고 받고 수정할 내용 고치고 해서 다시 한번 시간을 내서 집 계약을 하러 갔습니다. 1개월치 보증금, 6개월 치 집세 선불 지급 조건 입니다.
집 주인은 남편은 군인/ 부인은 기상청에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둘 다 이제까지 들어왔던 악독한 하노이 집주인들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참 사람 좋아 보이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남편이 군인인지라 사적인 계약서 등에 사인을 할수 없어서, 부인 이름과 제 이름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막상 계약을 하려고 보니, 집주인 사모님은 너무 싼 가격에 내 놓은 것이 아닌가 싶어 부동산 회사 직원들에게 집 값 동향을 이것저것 물어 보는데, 부동산 회사 직원들이 계약 성사를 목전에 둔 건인지라 아니나 좋은 가격에 내 놓은 거다. 절대 싸게 내 놓은 거 아니다 라고 집 주인을 설득하는 소리가 짧은 베트남어 실력으로 귀동냥으로 들렸습니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 사인만 하는 작업이 참 오래 걸리더군요. 거짓말 안하고 한 2시간을 사무실에 앉아서 사인만 한 것 같습니다.
공안용으로 2백만동 짜리 가 계약서를 꾸미고, 500 불 짜리 진짜 계약서에도 사인을 했습니다. 어 그런데, 계약서 사본 이메일로 확인 할 때 보이던, appendix 부분 ( 집 내부 설비 명기사항) 부분이 계약서에 보이지 않습니다. 침대 1 나 더 추가 해 달라고 했는데, 쌩 까는 거 아닌가 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담당한테 슬쩍 침대 2개 맞냐고 물으니까, 3 개 랍니다. 갸우뚱..
모든 계약서에 사인을 끝내고 집 주인과 함께 집에 설비를 확인 하러 갔습니다.
분명 일전에 보고 마음에 들었던 그 집이 맞은데, 그 집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어느새 청소 깨끗이 해 두어서 집 이미지가 달라 보였습니다.
그리고 침대 하나만 더 놔주면 감지 덕지다 라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각 방마다 침대 다 들여 놓았고 옷장도 하나 더 들여서 옷장 있는 방이 2개 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에어컨도 방 한칸만 되어 있었는데, 방 세개 모두 에어컨을 달아 놓았더군요. 이불에 모기장에 베개 등도 다 새로 사다가 두었고 , 방 한구석에 무슨 상자가 있어서 보니 포장도 안 뜯은 그릇 세트 등이 들어 있습니다. 이거 써도 되냐니까 저희 쓰라고 사다 놓은 거 라고 합니다. 집값이 더 올라간 것도 아닌데, 따로 요청하지도 않은 것 까지 다 준비가 되어서 적지 아니 놀랬습니다.
같이 집 보러 간 남편, 집 잘 구했다고 칭찬합니다. 어깨 으쓱..
언제 이사 올거냐?? 더 필요한 거는 없느냐.. 주인이 묻습니다. 언제 이사 올 거고, 이미 생각 했던거 이상으로 모든것이 구비 된지라 더 필요한 것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데, 신랑이 옆구리 찌릅니다. 선풍기 한대랑 책상 추가 되는지 알아 보라고...
진짜 미안한 표정이 되어 주인한테 선풍기 한대랑 책상 하나만 더 챙겨 달라고 하니까, 조금 이야기 나누더니 그런다고 합니다. 으흐흐..
하여 결론적으로
방 세개 / 화장실 3개 / 침대 3/ 이불+베개 세트 / 장농 2개 / 에어컨 각방 마다 / 선풍기 2대 / 책상 / 티비 냉장고 세탁기 전화기 인터넷 / 부엌/ 그릇(새것)/ 식탁을 옵션으로 해서 집을 구했습니다.
기대 이상인지라 이미 썩 만족 했는데, 이사하는 날 주인은 우리를 한번 더 감동 시킵니다.
각 화장실 마다 화장지 및 샴푸 등을 구비 해 두었고, 세탁기 옆에는 세제와 섬유 유연제가 구비 되어 있고, 걸레 빗자루 등 기본 청소 도구가 준비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싱크대 위에는 주방세제와 새 수세미까지 놓여 있더군요 ^^
하여 이사 들어간 당일날, 저희가 따로 당장 살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신랑도 이 정도면 완전 호텔급 서비스 라고 입이 벌어집니다. ^^
그리고 부동산 회사 직원들도 토요일 오후 임에도 불구, 3명이나 와서 이사 짐도 거들어 나르고 이미 끝난 계약도 최선을 다해 주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더불어 이사 마치고 집 주변 돌아 보았는데, 이제 두돌 되는 우리 딸내미가 뛰어 놀기에도 환경이 아주 좋네요.. ^^
구저리 저저리 글이 길었는데요..
이번 경험으로 집 구하기가 생각 보다는 쉽다는 것하고, 그리고 좋은 부동산 회사도 많고, 좋은 집 주인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뭐든 머리속에서 복잡하게 생각 되는 것도 막상 부딪히면 그렇게 어렵지 만은 않다는 거 이번에 다시 한번 배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