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기술자 출신의 부동산 디벨로퍼가 베트남에서 최고 갑부(甲富)가 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당 타잉 떰(Dang Thanh Tam•44) 사이공투자그룹(SGI) 회장. 그는 평범한 해운기술자로 출발, 20년 동안 공단(工團) 개발로만 수 조원대의 부를 일궈냈다.
떰 회장은 현재 주식보유액만 4억 달러(약 3800억원)를 넘는다. 그가 최대 주주인 공단개발 회사 ‘낀박시티’(KBC)가 작년 말 상장 한 달만에 19배가 오르는 대박을 떠뜨린 덕분이다.
베트남 일간 ‘VN익스프레스’는 상장주식 평가액 기준으로 그를 ‘베트남의 백만장자(millionaire) 100명’ 중 맨꼭대기에 올려놨다.
하지만, 그의 실재 재산은 수 조원대로 추산된다. 그가 개발•보유한 공단만 무려 15개에 달한다. 베트남 전체 공단 150여개의 약 10%에 달하는 것. 면적으로 여의도(8.5㎢)의 4배인 33㎢나 된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선 “공단 땅값을 ㎡당 최소 5만원만 잡아도 2조원이 넘는다”고 평가한다.
베트남의 경우, 외국인 투자와 고속 경제성장으로 공장 수요가 급증, 땅값이 매년 치솟고 있어 그의 재산은 갈수록 불어날 전망이다.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 출신인 떰 회장은 사실 부동산 디벨로퍼와는 인연이 없었다. 해양학과를 나온 그의 첫 직장은 ‘사이공해운’. 베트남 국영 해운회사다.
이 곳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그는 20대 후반 영국으로 건너가 MBA(경영학석사)를 받고 돌아온 뒤 인생 항로를 바꿨다.
1980년대 초 베트남은 ‘도이 머이’(Doi Moi•쇄신) 정책을 시행하면서 경제 개발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공장 수요가 해마다 급증했지만, 당시 베트남 정부 주도로 개발된 공단은 재정 문제로 상하수도•도로•전력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입주자에 대한 서비스도 형편없었다.
떰 회장은 이 점에 착안했다.
“일단 인프라를 먼저 깔고, 입주 기업이 편하게 비즈니스를 하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1996년 그의 첫 작품이 나왔다.
호찌민시 인근에 만든 ‘떤다오공단’(442만㎡). 이 곳은 도로•상하수도•전력 등 인프라가 완비된 베트남 최초의 첨단 공단이었다.
외환위기로 2~3년간 고전하기는 했지만, 2000년 이후 경기가 풀리면서 기업이 몰려들어 현재는 입주한 공장만 230개에 달하고, 땅값도 급등하고 있다. 요즘엔 베트남을 찾는 외국 정상과 경제인의 빼놓을 수 없는 단골 견학 코스가 될 만큼 유명해졌다.
떰 회장은 이후 손대는 공단마다 성공을 거두면서 ‘미다스(Midas)의 손’이란 별칭까지 얻어 베트남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됐다. 올 초엔 베트남 정부가 최고 기업인에게 주는 ‘슈퍼스타 비즈니스’ 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공단 재벌로 성공한 배경에는 외국 유명 기업의 유치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공단에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1년에 수 십차례씩 해외를 돌아다닌다. 하지만, 그는 통역이나 변호사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유치하고자 하는 기업의 CEO를 1대1로 만나 직접 협상하는 스타일이다. 영국 유학시절 경제법을 전공한 덕분에 법률 지식도 해박하다.
대부분 외자 유치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실무자를 통한 협상 결과를 다시 최고경영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한 의사 소통이 안된다는 점이다. 떰 회장은 유창한 영어와 능통한 법률 지식으로 빠른 의사 결정과 투자 기업의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줬던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떰 회장은 이미 일본 캐논(Canon), 미국 인텔•휴렛패커드(HP), 대만 폭스콘 등 대형 기업들로부터 100억 달러를 넘는 투자 유치를 받았다. 지난해 베트남 전체의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120억)과 맞먹는 수준이다. 베트남 정부도 그를 불러 기업 유치 비결을 자주 듣고 있다. 그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서비스”란 마인드도 갖고 있다.
그는 공단 입주 기업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고의 전문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애쓰고 있다. 그의 회사엔 석•박사급 인력만 100여명이 넘는다. 다른 부동산 개발 회사에선 찾기가 힘들다.
그는 기업이 입주계약서만 작성하면 각종 인허가를 원스톱으로 대행해주고, 비즈니스에 필요한 컨설팅 서비스와 사업자금 대출 알선도 해주고 있다. 그가 개발한 떤다오공단에는 이런 캐치프레이즈가 걸려 있다.
‘떤다오는 당신의 집입니다. ’ 그는 “입주 기업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다. 투자자가 집처럼 편안하게 맘껏 뛰어놀 공간을 제공하는 게 나의 일”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유하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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