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8 21: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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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음료문화… 아침에 ‘향’ 음미, 점심에 더위 해소, 저녁엔 ‘건강을 위하여’
베트남에는 카페(cafe)가 참 많다. 베트남 사람들은 더운 날씨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지만 대신 음료수를 즐겨 마시기 때문에 다양한 음료문화가 발달했다. 노천 카페나 경치 좋고 시원한 교외, 도심 곳곳에도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다.
베트남 사람들이 카페에서 주로 마시는 음료수는 단연 커피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으로 자국의 신선하고 풍부한 커피를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긴다. 베트남에서는 커피를 마실 때 핀(Fin)이라는 필터를 사용한다. 커피 분말을 핀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 알맹이는 핀의 미세 구멍에 걸러지고 커피 원액이 핀 아래에 있는 컵으로 떨어진다. 뜨거운 물을 붓고 몇 분이 지나면 커피 원액이 모두 추출된다. 커피 분말이 핀에 걸러질 때 진한 커피 향이 코를 자극하여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마시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이렇게 진한 커피 원액을 그냥 마시는 사람들은 드물고 대부분 쓰어옹토(Sua Ong Tho)라 부르는 원유를 첨가해 밀크커피를 즐긴다.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
베트남 커피는 한국 사람에게는 다소 강하고 진하다. 첨가하는 원유도 한국의 프리마와 달리 아주 달콤하며 많은 양을 사용한다. 밀크커피는 한국보다 2~3배 이상 진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물을 많이 넣어 희석해서 마시기도 한다. 체구가 작은 베트남 사람들이 이렇게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유럽, 미주 여행객들은 베트남 커피를 아주 좋아하여 아침에 보통 2잔 정도 마시며 “Very delicious”(아주 맛있어요)라고 감탄한다. 베트남 어느 곳에서도 커피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갓 볶아낸 커피를 종류별, 등급별로 큰 유리병에 넣어두고 손님들이 원하는 양만큼 비닐봉지에 담아 판매한다. 한국이 즐기는 일회용 커피도 판매하지만 거의 즐기는 사람이 없다.
베트남 물은 석회질이 많아 그냥 마시기에 적합치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물을 끓인 후 식혀서 마신다. 물을 끓여 식혀 보면 흰 석회와 이물질이 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물이 좋지 않아서 상점에서는 생수를 많이 판매한다. 물이 좋지 않아서인지 베트남은 차 문화가 발달했다. 베트남에서는 손님이 방문하면 항상 신선한 차에 뜨거운 물을 부어 향기로운 차를 대접한다. 늑윽짜(Nuoc Tra)는 베트남 전통 차인 뜨겁게 혹은 얼음을 넣어 차게 마실 수 있다. 전자를 짜농(Tra nong), 후자를 짜다(Tra da)라고 부른다. 특히 늑윽짜에 얼음을 넣은 짜다는 베트남에서 물보다 더 즐겨 마시는 음료다. 식당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짜다 한 잔은 시원함은 물론 음식의 느끼함까지 없앤다. 한국에서 자장면을 먹은 후 요구르트가 제격이듯 베트남에서 퍼(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때 짜다는 환상의 조합이다.
과일을 좋아한다면 열대과일의 천국 베트남에서 천연 음료수를 빼놓을 수는 없다.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늑윽미아(Nuoc Mia)는 특이한 음료수다. 늑윽미아는 롤러로 사탕수수의 즙을 짜낸 후 얼음을 첨가하여 마시는 음료수다. 달콤한 사탕수수 맛이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한다. 초록색을 띤 베트남 오렌지를 갈아서 만든 깜밧(Cam Vat)은 베트남 전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음료수다. 뭐니뭐니 해도 베트남에서 시원한 코코넛만한 천연 음료수는 없을 것이다. 짜이즈어(Trai Dua)라 부르는 코코넛은 상점이나 길거리에서 먹기 좋게 잘라 준다. 처음 코코넛을 맛본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주 먹다 보면 베트남에서 코코넛만큼 건강에 좋고 시원한 음료도 없음을 알게 된다. 코코넛을 다 먹은 후 속을 숟가락으로 파면 흰 젤리 같은 것이 있는데 이 또한 맛이 좋다. 특히 이것은 위장 보호에 효과가 있으며, 코코넛 젤리, 사탕 등의 원료로도 사용한다.
맥주에 얼음 넣어 마셔
뜨거운 적도의 태양이 기울고 도시에 어둠이 내리면, 베트남 남성들이 삼삼오오 즐겨찾는 곳이 생맥주 집이다. 베트남 남성들은 맥주를 참 좋아한다. 비아허이(Bia Hoi)라 부르는 생맥주 집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베트남은 쌀로 만든 독한 술도 많지만 맥주같이 도수가 낮고 수분이 많은 술을 일반적으로 좋아한다. 맥주를 마실 때 대부분 큼직한 얼음을 넣어 마시는데 시원하기도 하고 양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주량은 생각보다 센 편이다. 보통 모임에는 맥주를 박스로 가져다놓고 계속해서 마신다. “못짬펀짬”(번역하면 100%란 뜻으로 완전히 비움을 뜻함)을 외치며 잔을 다 비우고는 쉼 없이 맥줏잔을 채운다. 베트남은 첨잔 문화이므로 계속 술이 잔에 차고 넘친다. 한국처럼 연장자에 대한 주도는 없으며 성인이면 아무나 편안하게 술을 즐긴다. 건배를 할 때 “죽숙쾌”(Chuc suc kheo)라고 외치는데 ‘건강을 위하여’란 뜻이다. 베트남인은 기관의 모임이나 결혼식, 생일파티 등의 행사에 빠지지 않고 맥주를 마신다. 맥주 종류도 다양하며 지방마다 선호하는 맥주 브랜드도 다르다. 외국산 제품으로 하이네캔(Heineken), 타이거(Tiger) 맥주가 시장 점유율이 높으며, 북부지방에는 하노이 맥주, 중부 지방은 후에맥주, 남부지방은 333, 사이공(Saigon) 맥주가 유명하다.
아침은 핀에 걸른 향기로운 베트남 커피 한 잔, 더위에 지친 점심은 시원한 코코넛, 저녁은 사이공 맥주를 즐기는 것도 베트남에서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권원옥<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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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FIN)에 걸러서 먹는 향기로운 베트남 커피. |
베트남 사람들이 카페에서 주로 마시는 음료수는 단연 커피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으로 자국의 신선하고 풍부한 커피를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긴다. 베트남에서는 커피를 마실 때 핀(Fin)이라는 필터를 사용한다. 커피 분말을 핀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 알맹이는 핀의 미세 구멍에 걸러지고 커피 원액이 핀 아래에 있는 컵으로 떨어진다. 뜨거운 물을 붓고 몇 분이 지나면 커피 원액이 모두 추출된다. 커피 분말이 핀에 걸러질 때 진한 커피 향이 코를 자극하여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마시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이렇게 진한 커피 원액을 그냥 마시는 사람들은 드물고 대부분 쓰어옹토(Sua Ong Tho)라 부르는 원유를 첨가해 밀크커피를 즐긴다.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
베트남 커피는 한국 사람에게는 다소 강하고 진하다. 첨가하는 원유도 한국의 프리마와 달리 아주 달콤하며 많은 양을 사용한다. 밀크커피는 한국보다 2~3배 이상 진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물을 많이 넣어 희석해서 마시기도 한다. 체구가 작은 베트남 사람들이 이렇게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유럽, 미주 여행객들은 베트남 커피를 아주 좋아하여 아침에 보통 2잔 정도 마시며 “Very delicious”(아주 맛있어요)라고 감탄한다. 베트남 어느 곳에서도 커피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갓 볶아낸 커피를 종류별, 등급별로 큰 유리병에 넣어두고 손님들이 원하는 양만큼 비닐봉지에 담아 판매한다. 한국이 즐기는 일회용 커피도 판매하지만 거의 즐기는 사람이 없다.
베트남 물은 석회질이 많아 그냥 마시기에 적합치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물을 끓인 후 식혀서 마신다. 물을 끓여 식혀 보면 흰 석회와 이물질이 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물이 좋지 않아서 상점에서는 생수를 많이 판매한다. 물이 좋지 않아서인지 베트남은 차 문화가 발달했다. 베트남에서는 손님이 방문하면 항상 신선한 차에 뜨거운 물을 부어 향기로운 차를 대접한다. 늑윽짜(Nuoc Tra)는 베트남 전통 차인 뜨겁게 혹은 얼음을 넣어 차게 마실 수 있다. 전자를 짜농(Tra nong), 후자를 짜다(Tra da)라고 부른다. 특히 늑윽짜에 얼음을 넣은 짜다는 베트남에서 물보다 더 즐겨 마시는 음료다. 식당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짜다 한 잔은 시원함은 물론 음식의 느끼함까지 없앤다. 한국에서 자장면을 먹은 후 요구르트가 제격이듯 베트남에서 퍼(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때 짜다는 환상의 조합이다.
과일을 좋아한다면 열대과일의 천국 베트남에서 천연 음료수를 빼놓을 수는 없다.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늑윽미아(Nuoc Mia)는 특이한 음료수다. 늑윽미아는 롤러로 사탕수수의 즙을 짜낸 후 얼음을 첨가하여 마시는 음료수다. 달콤한 사탕수수 맛이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한다. 초록색을 띤 베트남 오렌지를 갈아서 만든 깜밧(Cam Vat)은 베트남 전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음료수다. 뭐니뭐니 해도 베트남에서 시원한 코코넛만한 천연 음료수는 없을 것이다. 짜이즈어(Trai Dua)라 부르는 코코넛은 상점이나 길거리에서 먹기 좋게 잘라 준다. 처음 코코넛을 맛본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주 먹다 보면 베트남에서 코코넛만큼 건강에 좋고 시원한 음료도 없음을 알게 된다. 코코넛을 다 먹은 후 속을 숟가락으로 파면 흰 젤리 같은 것이 있는데 이 또한 맛이 좋다. 특히 이것은 위장 보호에 효과가 있으며, 코코넛 젤리, 사탕 등의 원료로도 사용한다.
맥주에 얼음 넣어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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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탕수수즙(느윽미아)을 파는 상인의 모습. |
아침은 핀에 걸른 향기로운 베트남 커피 한 잔, 더위에 지친 점심은 시원한 코코넛, 저녁은 사이공 맥주를 즐기는 것도 베트남에서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권원옥<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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