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브엔 뉴스의 김월미님의 글을 사업 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아 양해 절차 없이 옮겨 놓은 것입니다.요청이 있을 시 삭제합니다





K씨가 베트남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95년 겨울이었다.
한국의 비즈니스맨들이 드물게 오고가는 시절, 특별한 볼일이 있어서라기보다 한국에서 명예퇴직을 앞둔 상태라 마음이 뒤숭숭한 판에 여행이나 훌쩍 떠나볼까 싶었다.
나이도 어지중간한 50대 초반, 이제 퇴직을 하면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 남은 인생을 고민하지 않을 수 가 없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여행지를 베트남으로 정하여 떠나게 되었다. 그렇다고 옛날부터 베트남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베트남에 대한 동경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어쩌다가 T.V를 통해서 한국 기업인들의 무역로를 중국 다음으로 베트남을 지목한다는 국내뉴스가 간 혹 귓전을 맴돌긴 했지만 그 때만해도 본인의 직업과는 동 떨어진 일이라 무관심하였다.
무역업을 한다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도 되겠거니와 아예 자신과는 무관한 삶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퇴직을 하면 연금을 타먹으면서 알뜰하게 생활하고 여행이나 즐기면서 남은 인생을 정리하면서 못했던 취미생활이나 하고 건강관리나 잘 챙겨야겠다는 고작 그 정도의 생각을 할 뿐이었다.

여행사를 들렸더니 홍보직원왈,
"사장님, 요즘 여행지는 베트남 입니다. 하노이 하롱 베이를 한번 가보시죠? 대~단합니다. 저도 왠만하면 날씨가 더운 나라라 추천을 하지 않는대요, 이곳은 정말 우리가 생각한 베트남과 다릅니다......"

K씨는 여행사 직원의 추천을 받아들여서 낯선 나라 열대국에 입국을 하게 된 것이 1995년 겨울이었다. 베트남은 과연 더운 나라였다.
맨 처음 하노이 시티를 중심으로 시티투어를 하였는데, 그의 눈을 자극한 것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여자들이 모두 속옷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이었다.
베트남 이라고 하면 옛날에도 들었는데 여자들이 월남치마를 많이 입고 다닌다고 했는데 월남치마를 입은 모습은 전혀 없고 모두 몸에 짝~ 짝~ 달라붙는 속옷 같은 차림으로 나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사실 월남치마는 아오쟈이를 일컬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아오쟈이의 긴 옷을 아래에 있는 치마만을 이용해서 우리나라 디자이너가 새로 개발한 옷이 바로 월남치마다.
그냥 이름만 그렇게 붙였다는 것이다. 그게 월남이라고 월남 여자들이 많이 입고 다닐 이유가 없다. 입고 벗는데 매우 편하게 허리부분을 고무줄로 사용하여 만든 옷인데, 그 모양이 흡사 아오쟈이의 긴 아래부분 모양이다.

그가 시내를 들어서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올랐다고 한다. 다름이 아니라 속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여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도대체 옷을 너무 눈에 거슬리게 입고 마음대로 다니는 것이 괜히 신경이 쓰였단다.
"내 여자도 아니면서 왜 그랬는지 ...너털 웃음을 흘리면서 그는 이야기를 부지런히 했다. 그랬던 순간, 갑자기 여자들의 가슴에 눈이 꽃혔다고 한다.
말하자면 속옷 같은 겉옷이다. 그런데 그 안에 브라쟈는 하고 다니는지 안하고 다니는지가 궁금했다.
"옳다! 저것이다. 브라쟈사업을 하면 잘 될 것 같다!"
어째서 브라쟈 사업이었나 하필...

K 사장 왈, 더운 나라이니 잦은 회수로 샤워를 해야 하고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 옷이니 차라리 브라쟈가 달린 겉옷을 만들어 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날씨도 더운데, 한개만 입어도 따로 브라쟈를 안해도 되고, 브라쟈를 예쁘게 겉옷처럼 디자인을 해서 입고 다니면 지금처럼 저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들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었단다.
그러니 조금만 개발하면 대단한 작품이 나올꺼라고 생각하여 ... 어쨌든 구체적인 사업계획안을 들을 필요는 없었지만 대충 짐작은 갔다. 그리하여 그가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오로지 베트남 여성들을 위한 속옷 사업구상에 혼이 빠져있었다고 한다.

드디어 퇴직을 하면서 바로 시작한 속옷사업 그것도 베트남 여자들의 가슴을 더욱 아름답고 편안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해줄 브라쟈 사업이었다.
제품들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브라쟈가 달린 속옷도 만들고 브라쟈만 만들기도 하고 ...등등.

그런데 K씨는 그 속옷 사업에 실패를 하였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느냐? 가장 중요한 것을 빼버리고 착수를 한 것이었다. 바로 그녀들의 가슴사이즈 그러니까 오른쪽 유방과 왼쪽 유방의 거리를 확인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베트남 여성들의 몸은 한국여성들보다 대체적으로 가늘고 길게 생겼다. 어깨를 비롯, 가슴등의 전체 사이즈가 우리나라여성과는 조금씩 다른 신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든것이 우리나라 여성과는 비교가 될 정도로 좁고 길게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가슴 사이 사이즈도 그랬을 거라 짐작된다. 그러니, 그냥 우리나라 여자들과 같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속옷 공장기술자들과 상의해서 만든 것이 실패작으로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K씨는 실망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그는 다시 베트남 현지로 출국을 하였다.
베트남 아가씨를 비롯 나이 대에 맞는 여성들을 고용하여 일일이 사이즈를 기록하고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는지 그림으로 그려도 보고 그녀들의 마음을 잘 알아 본 후, 일단 모델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모델들을 이용하여 여러차례의 실험을 거치고 또 확인하고 현지에 가서 그녀들과 대화를 통하여 다시 공장을 가동......
그렇게 애를 먹어가면서 베트남여성들을 위한 속옷을 만들어서 수출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호치민 현지에도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한국에도 공장을 가지고 있다.
나이 50줄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인생이 사업가로 변신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이지만 너무나 즐거운 일이라고 한다.
K 씨는 그 이후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무역사업은 "외국말을 잘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발로 뛰어 다니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어요."
현지에 가서 부대끼며 그들의 생활패턴에 함께 참여를 해 본 사람만이 사업에 성공 할 수가 있다는 것, 갑자기 생각한 속옷 사업이 약간의 손해와 실패는 있었지만 오늘 날 한국과 베트남을 연결시켜주는 속옷사업의 매개체로써 성공을 거둔 그 분의 이야기는 앞으로 베트남을 향해서 사업을 구상 하려는 모든 분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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